- 9월 2일 우리 증시는 3.99% 내렸는데, 그날 밤 미국 증시는 나란히 올랐습니다.
- 갈린 이유는 기름입니다. 미국은 원유를 캐서 팔고, 우리는 쓰는 양을 거의 전부 사 옵니다.
- 우리가 사 오는 원유의 95%가 호르무즈라는 좁은 바닷길 한 곳을 지납니다. 지금 미사일이 오가는 그 바다입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요즘 주유소 가격판이 슬금슬금 올라가는 것을 느끼셨다면, 그 원인이 어제 우리 주식시장을 4% 가까이 끌어내린 것과 같습니다.
어제 코스피가 하루 만에 3.99% 내렸습니다. 코스피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가 어제보다 오른 것인지 내린 것인지를 하나의 숫자로 보여 주는 값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밤 미국 증시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두 시장이 정반대로 움직인 것입니다. 오늘은 그 사건이 무엇이었고, 왜 하필 우리 쪽만 이렇게 아팠는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이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9월 1일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공습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민간 선박과 중동에 있는 미군을 겨냥한 공격에 대응한 조치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곧바로 맞받았습니다.
시장이 먼저 반응한 곳은 주식이 아니라 기름이었습니다. 국제 유가는 이틀 동안 7% 넘게 뛰었습니다.
| 유종 | 9월 1일 종가 | 하루 등락 |
|---|---|---|
| 브렌트유 11월물 | 배럴당 94.65달러 | +4.6% |
| 서부텍사스산원유 10월물 | 배럴당 90.22달러 | +5.2% |
두 가격 모두 7월 하순 이후 가장 높은 자리입니다. 배럴은 원유를 세는 단위로 약 159리터입니다. 승용차 연료탱크 서너 개쯤 되는 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무엇이길래
페르시아만은 안쪽으로 깊이 파고든 바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의 유전이 모두 그 안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만에서 바깥 바다로 빠져나오는 출구가 하나뿐입니다. 그 출구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한 곳을 지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비중이 훨씬 큽니다.
|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 중동 비중 |
|---|---|
| 원유 | 70.7% |
| 액화천연가스 | 20.4% |
여기에 더해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의 약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기름이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이 사실상 하나짜리 골목길인 셈입니다. 이 기름 골목길에서 지금 군사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길이 막히면 얼마가 더 드는지 더 보기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 배는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무역 업계 추산으로는 우회 항로를 쓸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보다 최대 50~80% 오르고, 도착까지 걸리는 기간이 3~5일 늘어납니다.
운임보다 무서운 것은 보험료입니다.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던 과거 사례에서 선박 보험료는 평상시의 일곱 배까지 뛴 적이 있습니다. 기름값 자체가 오르지 않아도 실어 오는 값이 오르면 결과는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우리가 갈립니다
미국은 원유를 캐내어 파는 나라입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소비자는 손해를 보지만 에너지 기업의 이익은 늘어납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손해와 이익이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우리는 그 상쇄가 없습니다. 국내에서 나는 원유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오른 값이 고스란히 비용으로만 남습니다. 어제 두 시장의 성적표가 그 차이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 시장 | 지수 | 종가 | 등락 |
|---|---|---|---|
| 한국 (9월 2일) | 코스피 | 6,562.72 | -3.99% |
| 한국 (9월 2일) | 코스닥 | 803.98 | -2.10% |
| 미국 (9월 2일) | 다우 | 53,061.95 | +0.6% |
| 미국 (9월 2일) | S&P 500 | 7,666.60 | +0.5% |
| 미국 (9월 2일) | 나스닥 | 26,217.83 | +0.5% |
우리 쪽에서는 파는 손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외국인이 1조9,093억 원, 기관이 2조4,33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순매도는 그날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그만큼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둘을 합치면 하루에 4조 원이 넘습니다.
업종별로는 거의 전 업종이 내렸습니다. 운수장비가 5.34%, 반도체가 4.34% 빠졌고, 오른 곳은 의료정밀 한 곳뿐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얼마나 아픈가
기름값이 오르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깎이는지는 여러 곳에서 계산해 두었습니다. 기준은 대체로 배럴당 10달러입니다.
|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 추정치 | 추정한 곳 |
|---|---|---|
| 올해 성장률 | 0.23~0.45%p 하락 | 시티그룹 |
| 내년 성장률 | 0.12~0.24%p 하락 | 시티그룹 |
| 무역수지·경상수지 | 연간 약 150억 달러 축소 | KB증권 |
| 원/달러 환율 | 약 15원 상승 | KB증권 |
시티그룹은 올해와 내년을 합친 누적 충격으로 보면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맞는다고 봤습니다. 원유 수입과 대외 무역에 함께 기대고 있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마지막 줄이 특히 신경 쓰이는 자리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00원대에서 두 달 만에 1,370원 안팎까지 내려왔습니다. 그 하락분을 유가가 도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른 데서 사 오면 되지 않나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물음입니다. 중동 비중이 위험하다면 미국이나 다른 산유국에서 더 사 오면 그만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유조선의 항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공장을 바꾸는 문제입니다.
원유는 다 같은 원유가 아닙니다. 유황이 많이 섞이고 무거운 원유가 있고, 유황이 적고 가벼운 원유가 있습니다. 앞의 것을 중질유, 뒤의 것을 경질유라고 부릅니다. 우리 정유 설비는 중동에서 오는 중질유를 다루도록 맞춰져 있습니다.
이 선택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싸고 다루기 까다로운 원유를 사다가 비싼 제품으로 뽑아내는 설비라서, 그 덕분에 석유제품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만 대가가 있습니다. 미국 셰일 원유 같은 경질유를 대량으로 넣으면 공정 효율이 떨어지고 남는 이익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입처 다변화는 계약서를 새로 쓰는 일이 아니라 설비를 손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몇 달 만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호재와 악재
호재부터 보겠습니다. 유가 급등이 우리 산업 전체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정유사는 싸게 사 둔 재고의 가치가 오르고, 석유제품을 내다 파는 값도 함께 오릅니다.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은 68억 달러를 넘겨 1년 전보다 65% 늘었는데, 이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하락의 성격이 지정학입니다. 실적이 나빠져서 내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빠질까 봐 내린 것입니다. 긴장이 풀리면 되돌림도 그만큼 빠릅니다. 어제 밤 뉴욕에서 유가가 더 오르지 않자 곧바로 지수가 반등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악재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물가와 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렸습니다. 두 달 연속 인상이었습니다. 여기에 기름값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면 금리를 내릴 시점은 더 멀어집니다.
둘째는 환율입니다. 앞서 본 대로 유가는 환율을 위로 미는 힘입니다. 두 달 동안 진행된 환율 하락이 이번 사태로 되돌려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도 줄어듭니다.
셋째는 시점입니다. 지금 우리 시장은 반도체 몇 종목에 크게 기대어 사상 최고권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작은 악재도 크게 반응합니다. 어제 반도체 업종이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이 빠진 것이 그 모습입니다.
전망
앞으로 볼 지점은 지수가 아니라 해협입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긴장이 지금처럼 이어지면 브렌트유가 며칠 안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해협이 실제로 막히면 그 선은 더 쉽게 뚫립니다. KB증권은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가면 우리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지금 무역수지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더 보기
8월 무역수지는 347억 달러 흑자였습니다. 석 달 연속 300억 달러가 넘는 흑자입니다. 수출이 98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68.7% 늘었고, 그 안에서 반도체 한 품목이 466억 달러를 차지했습니다.
즉 지금 우리 무역수지의 여유는 유가가 아니라 반도체가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는 동안 반도체 값까지 꺾이면 두 기둥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립니다. 유가 시나리오를 볼 때 반도체 가격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 방향의 시나리오도 열려 있습니다. 올해 봄에도 같은 지역에서 긴장이 한 차례 고조되었다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유가가 빠르게 되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은 실제 공급 차질이 아니라 차질에 대한 두려움이라, 두려움이 걷히는 속도는 값이 오르던 속도만큼 빠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
저는 어제의 4%를 유가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기름값이 하루 5% 오른 것은 분명 악재지만, 그것만으로 지수가 4% 빠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시장은 이미 반도체에 크게 쏠린 채 높은 자리까지 올라와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는 내릴 핑계 하나가 실제 충격보다 크게 작동합니다. 어제 판 4조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중동을 보고 판 돈이 아니라 차익을 지키려고 판 돈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수 낙폭보다 세 가지를 따로 보려 합니다. 하나는 브렌트유가 100달러선을 실제로 넘는지,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실제로 막히는지, 마지막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위로 다시 올라서는지입니다. 앞의 둘은 사건이고 마지막은 그 사건이 우리 경제에 옮겨붙었는지를 알려 주는 온도계입니다.
한 가지는 이번 일과 상관없이 그대로 남습니다. 기름이 오는 골목길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유가가 다시 내려도 그 골목길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뉴스가 잠잠해졌을 때 이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실은 더 중요한 물음인데, 대개 뉴스가 잠잠해지면 그 물음도 함께 잊힙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3줄 요약
- 9월 2일 코스피는 3.99% 내렸고 같은 날 뉴욕 지수는 올랐습니다. 미국은 원유를 팔고 우리는 사 오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의 70.7%가 중동산이고, 그중 대부분인 95%가 호르무즈 해협 한 곳을 지납니다.
-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성장률과 경상수지, 환율이 함께 밀립니다. 누적 충격은 주요국 가운데 우리가 가장 큽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수치 출처: 코스피·코스닥 종가와 투자자별 순매수, 업종별 등락은 인포스탁데일리·비즈니스코리아 2026년 9월 2일 마감 시황. 브렌트유·서부텍사스산원유 종가와 미국 중부사령부 공습 경위는 한국경제 2026년 9월 2일 보도. 뉴욕 3대 지수 종가는 AP 집계를 전한 ABC뉴스 2026년 9월 2일 보도. 중동산 원유·액화천연가스 수입 비중과 우회 항로 운임·보험료 추산은 한국무역협회 2026년 3월 3일 자료. 호르무즈 해협 통과 비중과 국내 정유 설비 특성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6년 4월 오늘의 세계경제. 유가 10달러당 성장률 영향은 시티그룹 추정을 전한 2026년 3월 3일 보도, 무역수지·환율 영향은 KB증권 추정을 전한 2026년 3월 9일 보도. 8월 수출입 실적은 산업통상부 발표를 전한 2026년 9월 1일 보도.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026년 8월 27일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