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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장중 3% 급락을 되돌린 돈,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자기 주식 사는 55조원입니다

한눈에
  • 어제 우리 증시는 3% 가까이 빠졌다가 오르며 끝났습니다. 되돌린 돈은 큰 회사 두 곳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산 돈입니다.
  • 두 회사가 사겠다고 밝힌 금액은 합쳐서 55조원이고, 그중 8조원 남짓이 쓰였습니다.
  • 남은 돈은 11월에 바닥납니다. 그날 이후 누가 받을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어제 우리 증시는 아침에 크게 빠졌다가 오후에 방향을 돌려 오른 채로 끝났습니다. 오늘 짚어 볼 것은 그 반전을 만든 돈이 어디서 왔는가입니다. 결론부터 적자면 외국인도, 연기금도, 개인도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인 돈이었습니다.

아침의 지수와 저녁의 지수가 달랐습니다

어제 아침 시장은 나쁜 소식을 안고 열렸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물가를 더 잡아야 한다고 말했고, 그 여파로 뉴욕의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크게 밀렸기 때문입니다. 코스피는 2.58% 떨어진 자리에서 출발했고 오전에는 낙폭을 3%대까지 키웠습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1.14포인트 오른 6,820.02였습니다. 같은 날 코스닥은 0.49% 내렸고, 원 달러 환율은 1,368.6원에 마감했습니다. 지수만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처럼 보입니다.

여러분이 그날 시세만 보셨다면 반등의 이유를 저가 매수로 읽으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누가 샀는지를 뜯어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산 쪽의 이름이 낯섭니다

우리 증시의 수급 통계는 사는 쪽과 파는 쪽을 넷으로 나눠 적습니다. 개인, 기관, 외국인, 그리고 기타법인입니다. 앞의 셋에 들어가지 않는 회사가 기타법인 칸에 잡힙니다.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면 이 칸에 기록됩니다.

어제 판 쪽에는 외국인과 개인이 있었고, 산 쪽에는 기관과 기타법인이 있었습니다. 그중 기타법인 한 칸이 1조5,433억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나머지 세 칸을 다 합친 것보다 큰 금액입니다.

이 돈의 정체는 공시에 적혀 있습니다. 어제 장이 열리기 전에 삼성전자는 자기 주식 200만주를, SK하이닉스는 65만주를 시장에서 사겠다고 알렸습니다. 두 회사가 하루 종일 나눠 산 물량이 기타법인 칸에 그대로 쌓인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매수가 지수를 37포인트가량 밀어 올린 것으로 봤습니다. 그 힘을 빼면 어제 코스피는 내린 채로 끝났다는 뜻입니다.

8월 20일부터 통계의 모양이 바뀌었습니다

기타법인은 원래 지수를 움직이는 칸이 아니었습니다. 8월 1일부터 19일까지 이 칸의 하루 평균 순매수는 187억원이었습니다. 순매수란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값입니다. 하루에 200억원도 안 되는 돈은 코스피 전체에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합니다.

8월 20일에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사기 시작하면서 이 칸의 규모가 달라졌습니다. 나흘 뒤에는 삼성전자가 합류했습니다.

기간기타법인 순매수외국인개인
8월 1~19일하루 평균 187억원
8월 20~27일8조 5,707억원-5조 9,100억원-3조 2,215억원

여드레 동안 외국인과 개인이 9조원 넘게 팔았는데 지수는 6,700에서 6,900 사이를 오갔습니다. 그 물량을 받아낸 것이 표 왼쪽 칸의 8조원입니다. 같은 기간 두 회사가 각자 얼마씩 샀는지는 아래에 적어 두었습니다.

종목별 매입 금액과 프로그램 조건 더 보기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기타법인 순매수 8조5,707억원 가운데 SK하이닉스가 6조5,244억원, 삼성전자가 1조9,557억원입니다. 삼성전자의 매입 기간이 나흘 짧은 것을 감안해도 SK하이닉스 쪽 물량이 훨씬 큽니다.

프로그램 조건도 다릅니다. SK하이닉스는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40조원을 잡아 두었습니다. 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15조원입니다.

둘 다 사들인 주식을 없애는 소각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매입이 끝나면 발행된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55조원이라는 숫자의 뜻

두 회사가 사겠다고 밝힌 금액을 합치면 55조원입니다. 감이 잘 오지 않는 크기라 견줄 것을 하나 놓겠습니다. 코스피 전체의 하루 거래대금이 대략 20조원 안팎입니다. 두 회사가 석 달에 걸쳐 그 사흘치에 가까운 돈을 한쪽 방향으로만 쓰겠다고 예고한 셈입니다.

이런 매입을 자사주 매입이라고 부릅니다. 회사가 벌어 둔 돈으로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는 것입니다. 주식 수가 줄면 남은 주주가 가진 몫이 그만큼 커지므로, 배당과 함께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법으로 씁니다.

다만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과 지수를 받치는 것은 원래 다른 일입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그 둘이 겹쳐 있습니다. 회사가 주주를 위해 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어제 장을 두고 금리가 위를 누르고 주주환원이 아래를 받치는 구조가 가장 또렷하게 확인된 하루였다고 평했습니다.

받치는 힘과 누르는 힘

지금 시장에는 방향이 반대인 두 힘이 걸려 있습니다. 나눠서 보겠습니다.

아래를 받치는 쪽은 방금 본 자사주 매입입니다. 남은 금액이 46조원가량이고, 사는 쪽의 사정이 시세와 무관하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외국인은 값이 오르면 팔지만,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금액을 사야 하는 회사는 값이 떨어져도 계속 삽니다. 떨어질 때 더 많이 받아 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위를 누르는 쪽은 금리입니다. 미국 연준 의장이 물가를 더 잡겠다고 밝히면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35%에서 57%로 뛰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려 쓰는 값이 비싸지므로, 지금 당장 이익을 내지 않는 성장주가 먼저 밀립니다. 어제 아침 반도체주가 밀린 것도 그 흐름 위에 있었습니다.

두 힘이 맞붙은 결과가 6,700에서 6,900 사이의 답답한 흐름입니다.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뒤로도 코스피는 7,000선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수를 끌어올리는 힘이 아니라 흘러내리지 않게 붙드는 힘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언제까지입니까

이 구조의 약점은 분명합니다. 방파제의 높이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 증권사는 지금 속도가 이어진다면 기타법인의 순매수 흐름이 앞으로 30거래일 남짓, 길게 잡아 한 달 반쯤 더 갈 것으로 봤습니다. 프로그램의 종료 날짜는 11월 19일과 11월 21일입니다. 그 뒤에도 외국인이 계속 팔고 있다면 그 물량을 받을 쪽이 새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사이 시장이 감당해야 할 일정도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8월 고용 지표가 나옵니다. 농사 일자리를 뺀 고용자 수와 실업률을 함께 발표하는데, 이 숫자가 좋게 나오면 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생겼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9월 말에서 10월 초로 예상되는 대형 기업공개도 변수입니다. 큰 회사가 새로 상장하면 그 주식을 사려는 돈이 기존 종목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는 지금의 자사주 매입을 좋은 소식으로 봅니다. 다만 그 이유가 지수를 받쳐 주기 때문은 아닙니다.

주식 수를 줄이는 일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배당은 올해 주고 내년에 줄일 수 있지만, 없앤 주식은 다시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각을 전제로 한 매입은 회사가 자기 이익 전망에 거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두 회사가 석 달 치 일정을 미리 공시해 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경계하는 것은 다른 지점입니다. 지금 지수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튼튼하다는 증거로 읽는 것입니다. 어제 하루만 봐도 회사가 산 몫을 빼면 코스피는 내린 채로 끝났습니다. 받쳐 주는 손이 있는 동안의 안정과 그 손이 없어도 되는 안정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두 달 반 동안 지수보다 수급 통계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외국인의 매도가 줄어드는지, 아니면 여전히 기타법인 한 칸이 다 받아 내고 있는지가 11월 이후를 미리 알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 구조를 어떻게 보시나요?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수치 출처: 8월 31일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투자자별 순매매, 자사주 매입 공시 물량과 지수 기여도는 머니투데이 보도(2026-08-31). 장중 저점과 원 달러 환율은 비즈니스코리아 보도(2026-08-31). 8월 2027일 기타법인·외국인·개인 순매매와 종목별 매입 금액, 프로그램 기간·규모, 증권사 전망은 EBN 보도(2026-08-28). 8월 119일 기타법인 일평균 순매수와 남은 매입 여력은 시사저널e 보도(2026-08-31). 잭슨홀 연설 이후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EBN 보도(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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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

EDITOR · thinkingcat

Markets & humanities.

시장과 숫자를 차근차근 뜯어보고,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구조로 정리해 드립니다. 경제부터 인문까지, 복잡한 이슈일수록 표와 맥락으로 또렷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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