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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내년에 70% 더 팔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상 못 파는 이유는 메모리가 없어서입니다

한눈에
  • 엔비디아는 지난 석 달 성적도 앞으로의 계획도 시장 눈높이 위로 냈는데, 주가는 내렸습니다.
  • 회사가 내놓은 내년 성장률 70%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정한 숫자입니다.
  • 그 공급을 막고 있는 것이 메모리이고, 그 메모리를 파는 곳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 아침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들고 계신 분이라면, 간밤에 미국에서 온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 번 헷갈리셨을 겁니다. AI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가 지난 석 달 성적표를 냈는데, 시장이 물어본 숫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이겨 놓고도 주가는 내렸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어긋남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같은 소식이 우리 증시에는 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를 차분히 짚어 보겠습니다.

새벽에 나온 숫자부터

엔비디아는 한국시간 오늘 새벽에 분기 실적을 냈습니다. 회사 회계연도로는 2027년 2분기입니다.

증권사들이 미리 내놓은 예상치의 평균을 시장 예상이라고 합니다. 아래 표의 오른쪽이 그 값입니다.

항목발표시장 예상
전체 매출962억 달러919억 달러
데이터센터 매출890억 달러863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2.22달러2.08달러
매출총이익률75.0%

데이터센터 매출이라는 것은 AI 서버에 들어가는 칩을 팔아서 번 돈입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와 구분해서 따로 셉니다. 이 회사 매출의 92%가 여기서 나옵니다.

성장률로 보면 전체 매출이 1년 전보다 106% 늘었고, 데이터센터만 떼어 보면 117% 늘었습니다.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가 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가는 내렸습니다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5%가량 내렸습니다.

정규장이 끝난 뒤에도 제한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것을 시간외 거래라고 합니다. 실적에 대한 첫 반응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에 다음 날 시초가를 가늠하는 잣대로 씁니다.

내린 것이 이번만은 아닙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달 17일부터 24일까지 7% 남짓 빠졌습니다. 2022년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이었습니다. 실적이 나오기 전부터 시장은 이미 불편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이 불편했을까요. 실적 자체가 아니라 그 실적을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시장이 걸고 넘어지는 두 가지를 숫자로 보기

첫째는 순환 금융입니다. 엔비디아는 오픈AI나 코어위브 같은 고객사에 지분을 넣거나 빚보증을 서 줍니다. 그 회사들은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삽니다. 돈이 나갔다가 매출로 돌아오는 이 구조를 순환 금융이라고 합니다. 엔비디아가 올해 발표한 이런 성격의 거래만 5,400억 달러가 넘습니다. 국제통화기금과 국제결제은행도 이 구조를 시스템 위험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고객들의 지갑입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처럼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는 대형 사업자를 하이퍼스케일러라고 부릅니다. 이 다섯 곳의 올해 설비투자 합계는 6,9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고, 1년 전보다 80%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문제는 그 돈을 먼저 쓰느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잉여현금흐름이 0 근처까지 내려오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사는 쪽의 체력이 언제까지 버티느냐가 파는 쪽의 매출을 정합니다.

회사가 말한 한계는 수요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지나간 분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숫자였습니다.

항목회사 전망시장 예상
3분기 매출1,080억 달러1,052억 달러
2028 회계연도 매출 성장률70%44%

회사가 직접 내놓는 다음 분기 전망을 가이던스라고 합니다.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이던스를 준 것도, 내년 성장률을 시장 눈높이의 갑절 가까이 부른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 70%라는 숫자에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이것은 공급이 허락하는 만큼을 적은 값이라는 것입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표현을 옮기면, 70% 성장을 감당할 만큼의 공급은 확보돼 있고 수요는 그보다 훨씬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객들이 적어 낸 주문을 그대로 더하면 내년 매출은 두 배가 되는데, 그만큼 만들 수가 없어서 70%로 적었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은 성장의 한계가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알려줍니다. 얼마 전까지 이 시장의 질문은 "AI 칩을 계속 살 사람이 있느냐"였습니다. 이제 회사가 스스로 답한 질문은 "그만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병목이 주문에서 생산으로 넘어갔습니다.

병목의 이름은 메모리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모자라서 못 만드는가. 회사 안팎이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메모리입니다.

AI 칩은 혼자 일하지 못합니다. 계산할 데이터를 옆에 쌓아 두고 꺼내 써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고성능 메모리를 HBM이라고 부릅니다. 칩 옆에 여러 층으로 쌓아 붙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여기에 더해 서버 한 대를 채우려면 평범한 D램도 대량으로 들어갑니다. 엔비디아는 두 가지를 다 대량으로 사들이는 쪽입니다.

그 값이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서버용 D램 가격변동
2025년 하반기64% 상승
2026년 전망260% 상승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집계와 전망입니다. 한 해에 세 배 넘게 오른다는 숫자는 부품 가격에서 흔히 보는 폭이 아닙니다.

값이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물건 자체가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서버 랙에 넣을 메모리 용량을 애초 계획보다 줄였습니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2027년이 되면 AI 서버 랙 자재비의 5분의 1을 메모리가 차지할 것으로 봅니다. 엔비디아 칩이 들어간 서버 가격은 내년 초부터 15% 넘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엔비디아가 내년에 더 팔지 못하는 이유는 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칩에 붙일 메모리를 구하지 못해서입니다.

한국 반도체에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여기가 우리 증시를 보는 분들에게 중요한 지점입니다.

엔비디아 손익계산서에서 메모리 가격은 비용입니다. 값이 오를수록 이익률을 갉아먹습니다.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을 75%로 지켜 낸 것을 두고 시장이 안도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같은 항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손익계산서에서는 매출입니다. 엔비디아가 비용을 걱정하는 그 자리가 우리 두 회사에는 판매 단가가 오르는 자리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값이 올라도 팔 물건이 모자라는 국면입니다. 파는 쪽이 가격을 부를 수 있는 조건이 이보다 갖춰지기 어렵습니다.

어제 국내 증시는 이 기대를 미리 반영하며 마감했습니다.

종목·지수8월 26일 종가전일 대비
코스피6,808.210.97% 상승
삼성전자261,500원1.75% 상승
SK하이닉스1,688,000원0.60% 상승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수출로 달러를 버는 회사에는 나쁘지 않은 자리입니다.

호재와 악재를 나눠 보겠습니다

호재 쪽부터 보겠습니다. 첫째, 엔비디아가 내년 계획을 공급 기준으로 못 박았다는 것은 메모리 주문이 내년까지 밀려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둘째, 부족이 값을 밀어 올리는 국면이라 판매 단가와 물량이 함께 오릅니다. 셋째, 엔비디아 스스로 물량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늘리고 있어, 파는 쪽에서는 실적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구간이 길어집니다.

악재 쪽도 분명합니다. 첫째, 이 그림 전체가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여력에 얹혀 있습니다. 그 투자가 한 번 꺾이면 메모리는 칩보다 먼저 재고로 돌아옵니다. 반도체 경기가 늘 그랬습니다. 둘째, 값이 오르면 만드는 쪽도 늘어납니다. 지금의 부족은 설비를 늘리는 이유가 되고, 그 설비는 대체로 부족이 끝날 무렵에 완성됩니다. 셋째,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 나와도 주가가 안 오르는 구간이 오면, 그때는 뉴스가 아니라 눈높이를 봐야 합니다.

오늘 남은 일정

오늘은 국내에도 큰 일정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이 되는 금리이고, 예금과 대출 금리가 여기에 얹혀 움직입니다. 현재 연 2.75%입니다.

시장 전망은 팽팽하게 갈려 있습니다.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열에 여덟이 동결을 봤지만, 거시경제 전문가를 따로 물은 조사에서는 절반 넘게 인상을 점쳤습니다. 지난달 올린 효과를 먼저 확인하자는 쪽과, 한 번 더 올려 3%대로 올려놓자는 쪽이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잭슨홀 심포지엄이 오늘부터 사흘간 열립니다.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여 통화정책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고, 주목받는 연설은 대개 마지막 날에 나옵니다. 이번 주 후반 환율과 금리가 다시 흔들릴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인 의견

저는 이번 실적에서 가장 값진 문장이 매출 숫자가 아니라 "수요는 그보다 훨씬 많다"는 쪽이었다고 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시장을 눌러 온 것은 AI 투자가 거품이냐는 의심이었는데, 회사가 내놓은 답은 주문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물건이 모자라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내년까지의 그림에서는 수요를 의심할 근거가 하나 줄었습니다.

다만 주가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 주지 않은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시장이 지금 재고 있는 것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매출이 어디서 오느냐입니다. 자기가 돈을 대준 고객이 그 돈으로 자기 물건을 사는 구조라면, 숫자가 아무리 커도 그것을 수요라고 부르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의심은 실적 한 번으로 풀리는 종류가 아닙니다.

우리 반도체를 보는 관점은 그래서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판에서 돈을 대주는 쪽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쪽입니다. 순환 금융 논란이 커질수록 엔비디아의 매출에는 물음표가 붙지만, 그 칩에 실제로 들어가는 메모리 값은 현금으로 지불됩니다. 위험의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그 대금이 계속 들어오려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져야 하므로, 결국 우리가 지켜볼 것은 엔비디아의 다음 분기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다음 설비투자 계획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세 줄 요약

  1. 엔비디아는 분기 실적과 다음 분기 전망을 모두 시장 예상 위로 냈지만, 시간외 주가는 내렸습니다.
  2. 내년 성장률 70%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정한 숫자이고, 그 공급을 막는 것은 메모리입니다.
  3. 엔비디아에 비용인 항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매출이라, 같은 소식이 양쪽에 반대로 작동합니다.

수치 출처: 엔비디아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엔비디아 뉴스룸 공시 및 CNBC·Investing.com 보도(2026년 8월 2627일). 내년 성장률과 공급 관련 발언은 CNBC·블룸버그 보도(2026년 8월 26일). 순환 금융 및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수치는 Yahoo Finance·Forbes 보도(2026년 8월). 서버용 D램 가격은 트렌드포스 집계·전망. 국내 증시 종가는 Businesskorea·머니투데이 시황(2026년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전망은 아주경제·서울신문 보도(2026년 8월 2324일).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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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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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

EDITOR · thinkingcat

Markets & humanities.

시장과 숫자를 차근차근 뜯어보고,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구조로 정리해 드립니다. 경제부터 인문까지, 복잡한 이슈일수록 표와 맥락으로 또렷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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