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값을 깎으려고 중국산 메모리를 협상 카드로 꺼냈지만, 중국 제품이 더 싸지 않아 카드가 되지 못했습니다.
- 중국 메모리 회사들은 지금의 고가 국면에서 크게 벌었고, 그 성적표를 들고 상하이 증시에서 자금을 걷고 있습니다.
- 값이 아니라 자금이 중국의 무기가 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위협의 시간표가 바뀐 셈입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들고 계신 분이라면 어제 아침 장을 보고 마음이 내려앉으셨을 겁니다. 코스피가 장 초반 4% 넘게 밀렸고, 그 앞줄에 두 종목이 서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시장이 반응한 소식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는데, 둘 다 중국 메모리 회사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그 두 소식이 실제로 우리 반도체 회사에 무엇을 바꾸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어제 아침, 반도체가 먼저 밀렸습니다
8월 25일 코스피는 6,742.74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0.68% 올랐습니다. 다만 마감 숫자만 보면 그날의 성격이 지워집니다. 장중 저점이 6,408.82였으니, 아침에 밀린 폭을 오후에 되감은 하루였습니다.
되감은 힘은 건설과 기계, 원자력에서 나왔습니다. 반대로 아침에 지수를 끌어내린 쪽은 반도체였고, 이유로 지목된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시험하고 있다는 보도, 그리고 중국 낸드 회사가 상장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입니다.
여기서 낸드라는 말을 먼저 풀겠습니다. 전원을 꺼도 내용이 남는 저장용 반도체를 낸드라고 합니다. 휴대폰에 담긴 사진과 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전원을 끄면 지워지는 대신 훨씬 빠른 임시 기억장치가 D램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만들어 파는 회사이고, 그래서 중국 메모리 소식이 곧 두 회사의 주가 이야기가 됩니다.
중국 메모리 두 곳이 증시로 갔습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D램 회사 창신메모리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는 8.66위안이었는데 첫날 49위안으로 마쳤습니다. 하루 만에 466% 오른 것입니다.
공모라는 말은 회사가 주식을 새로 찍어 일반 투자자에게 파는 일을 뜻합니다. 창신메모리는 이 방식으로 약 13조 7천억 원을 걷었고, 상장과 동시에 중국 본토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가 됐습니다. 그전까지 그 자리에 있던 회사는 중국공상은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중국 낸드 회사 양쯔메모리의 모회사가 같은 시장에 상장을 신청했습니다. 목표 조달액은 33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6조 8천억 원입니다. 신청서에 적힌 상장 후 기업가치는 2,750억에서 3,300억 위안 사이입니다. 어제 아침 우리 반도체주를 눌렀던 소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숫자로 보면
양쯔메모리가 상장 신청서에 적어 낸 실적은 이렇습니다.
| 항목 | 수치 |
|---|---|
| 2026년 1분기 매출 | 470억 위안 |
| 2024년 한 해 매출 | 452억 위안 |
| 2026년 1분기 순이익 | 333.8억 위안 |
| 2025년 한 해 순이익 | 142.1억 위안 |
| 매출총이익률 | 2025년 35.3% → 2026년 1분기 76.8% |
| 낸드 평균 판매가 | 2025년 평균보다 173% 높음 |
한 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한 해 순이익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1분기 매출은 2024년 한 해 매출보다 많습니다. 이익률이 35%대에서 76%대로 뛴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판매량이 늘어서가 아니라 값이 올라서입니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자리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아래는 올해 2분기 세계 낸드 출하 점유율입니다.
| 회사 | 점유율 |
|---|---|
| 삼성전자 | 25% |
|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 22% |
| 양쯔메모리 | 14% |
| 키오시아 | 14% |
| 마이크론 | 13% |
양쯔메모리가 키오시아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이 표에 이름을 올리기 어려웠던 회사입니다.
그런데 중국산이 더 싸지 않습니다
여기서 시장의 직관이 한 번 어긋납니다. 중국 회사가 올라오면 값이 내려가고, 값이 내려가면 우리 회사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이 보통의 그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그림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애플이 창신메모리의 D램을 시험한 이유부터가 값이었습니다. 쓸 만한 중국산 대안이 있다는 사실만 보여 줘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값을 낮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창신메모리가 부른 값은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쌌습니다.
이유는 장비에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회사들은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들여올 수 없습니다. 회로를 아주 가는 선으로 한 번에 새겨 넣는 기계인데, 이것이 없으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공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창신메모리는 같은 양을 만드는 데 원판을 30% 더 넣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원가가 높으니 값을 낮출 수가 없습니다.
물량도 이미 묶여 있었습니다. 창신메모리의 올해 생산분은 바이트댄스와 텐센트, 샤오미 같은 중국 내수 고객이 먼저 가져갔습니다. 새 해외 고객에게 내줄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애플은 협상 카드를 얻은 것이 아니라,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시장에 확인시켜 준 셈이 됐습니다.
기술 격차와 규제 상황을 더 보기
업계에서는 창신메모리의 기술 수준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보다 두세 세대 뒤에 있다고 봅니다. 세대 차이는 같은 면적에 얼마나 많은 용량을 담느냐의 차이여서, 그대로 원가 차이로 이어집니다.
규제도 걸려 있습니다. 양쯔메모리는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라 있어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사기 어렵습니다. 미 국방부는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를 중국 군사 관련 기업으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상원의원 여섯 명이 초당적으로 애플에 서한을 보내, 두 회사의 반도체를 쓰지 않겠다고 8월 21일까지 확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애플이 백악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호재와 악재
호재 쪽은 이렇습니다.
- 중국 대안이 값에서 밀리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값을 내릴 이유가 줄었습니다. 협상력이 오히려 강해졌습니다.
- 메모리 값 자체가 올라 있습니다. 7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24달러로 한 달 만에 14.3% 올랐고, 낸드 평균 가격도 30달러를 넘었습니다.
- 애플이 중국산으로 완전히 넘어가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과 의회의 동의를 함께 얻어야 합니다. 그 문턱이 지금은 높습니다.
악재 쪽은 이렇습니다.
- 중국 회사들이 지금 국면에서 확보한 현금과 공모 자금은 곧 설비 투자로 갑니다. 값으로 못 이기는 회사가 규모로 따라붙는 경로입니다.
- 낸드 3위 자리는 이미 넘어갔습니다. 점유율은 되돌리기 어려운 종류의 숫자입니다.
- 값이 오른 덕에 중국 회사가 벌었다는 사실은, 우리 실적이 좋은 국면과 경쟁자가 크는 국면이 같은 구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망 — 오늘 밤부터 사흘이 분수령입니다
이번 주 후반에 일정이 몰려 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내일 새벽 5시 20분경 엔비디아가 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시장이 보는 매출은 920억 달러 안팎입니다. 같은 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정하고, 다음 날에는 잭슨홀 회의에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세 일정이 하루 간격으로 붙어 있어서, 어제 같은 장중 반전이 다시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어제 원달러 환율은 1,386.1원에 마감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외국인 자금에는 부담이 됩니다.
중국 변수만 따로 보면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양쯔메모리 모회사의 상장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걷은 돈을 어디에 쓰겠다고 밝히는지입니다. 신청서에는 생산라인 고도화와 차세대 낸드 연구개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의 방향입니다. 중국의 증설이 값을 흔들기 시작하는지는 결국 이 숫자에 먼저 나타납니다.
개인적인 의견
이번 사안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위협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중국 메모리는 값으로 두려운 상대였습니다. 싸게 팔아 시장을 흔드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입니다. 비싸게 팔아서 벌고, 그 돈으로 다음 공장을 짓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에서 안심의 근거로 쓰이는 사실, 즉 중국산이 더 비싸다는 사실이 실은 중국이 돈을 버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값 경쟁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값 경쟁이 없는 동안 상대의 체력이 붙고 있습니다. 저는 이 국면을 위협이 사라진 구간이 아니라 위협의 준비 기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매일 봐야 할 숫자는 중국의 상장 소식이 아니라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장은 뉴스로 하루 흔들고 지나가지만, 값은 실적으로 분기마다 돌아옵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중국 메모리를 어떻게 보시나요?
3줄 요약
- 애플이 값을 깎으려고 중국산 메모리를 꺼냈지만, 중국 제품이 더 싸지 않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력만 올라갔습니다.
- 대신 중국 메모리 회사들은 이번 고가 국면에서 크게 벌었고, 창신메모리는 이미 상장했으며 양쯔메모리 모회사도 상장을 신청했습니다.
- 위협의 형태가 값에서 자금으로 옮겨 갔습니다. 확인할 숫자는 상장 소식이 아니라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입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수치 출처: 코스피·코스닥 종가와 장중 저점, 원달러 환율은 인포스탁데일리·KB증권 마감 리포트(2026-08-25). 창신메모리 상장 첫날 공모가·종가와 시가총액 순위는 CNBC·Quartz 보도(2026-07-27) 및 Semafor 보도(2026-08-09). 양쯔메모리 모회사 상장 신청 규모·실적·기업가치는 로이터 보도(2026-08-21)와 서울경제 영문판(2026-08-22). 낸드 점유율은 서울경제 영문판(2026-08-22).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시험과 가격·물량 관련 내용은 Semafor(2026-08-09)·MacRumors(2026-08-06, 2026-08-10) 보도. 7월 D램·낸드 고정거래가격은 코리아타임스·D램익스체인지(2026-08-03). 엔비디아 실적 일정과 시장 전망, 금통위·잭슨홀 일정은 헤럴드경제·국제뉴스·YTN 보도(2026-08-23 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