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catblog
← 전체 피드로

AI가 그린 신약 설계도, 시험관에서 15개 중 14개가 붙었어요

한눈에
  • AI가 설계한 단백질을 실제 실험실에서 만들어 재봤더니, 겨냥한 표적 15개 중 14개에서 성공했어요.
  • 만든 설계 가운데 실제로 달라붙은 비율은 약 27%였고, 이 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수준의 두 배쯤이에요.
  • 시험 점수가 아니라 시험관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 이번 발표의 진짜 알맹이예요.

안녕하세요, 제시예요. 우리가 먹는 약은 대부분 몸 안의 어떤 단백질 하나에 달라붙어서 일을 해요. 그래서 새 약을 만들 때 맨 처음 하는 일이, 그 단백질에 꼭 맞게 달라붙는 물건을 새로 깎아내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전문가가 몇 주에서 몇 달을 매달리던 일이고요. 그런데 지난주에 나온 발표를 보면 그 일을 AI가 사람 손을 거의 안 거치고 해냈고, 결과를 진짜 실험실에서 확인까지 받았어요. 구독자님이 당장 약을 받아드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AI 성적표를 읽는 방법이 바뀌는 이야기라서 오늘 이걸 가져왔어요.

지금까지 AI 성적표는 대부분 시험문제였어요

AI가 똑똑해졌다는 소식은 거의 다 벤치마크에서 나와요. 벤치마크는 여러 AI에게 똑같은 문제를 풀리고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에요. 문제은행이 학습 자료에 섞여 들어가면 점수가 저절로 올라가 버려서, 점수가 높다고 실제로 잘하는 건지는 늘 말이 많았어요.

이번 건은 채점하는 자리가 달라요. AI가 내놓은 설계도를 바깥 실험실 두 곳이 받아 실제 물질로 만들었고, 정말 달라붙는지를 기계로 쟀어요. 여기서는 답을 미리 외워 둘 방법이 없어요.

표적과 결합체, 두 낱말만 풀고 갈게요

몸 안에는 병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있어요. 약이 겨냥하는 그 단백질을 표적이라고 불러요.

결합체는 그 표적에만 딱 달라붙도록 새로 만든 작은 단백질이에요. 자물쇠와 열쇠를 떠올리시면 가까워요. 자물쇠 모양은 이미 정해져 있고, 거기에 꼭 맞는 열쇠를 깎아내는 일이 결합체 설계예요. 잘 안 맞으면 헛돌고, 너무 헐거우면 금방 빠져요.

이번에 겨냥한 자물쇠들은 실제 신약 개발에서 다루는 것들이었어요. 암 면역치료에서 자주 언급되는 PD-L1, 알츠하이머와의 연관이 거론되는 TREM2 같은 것들이요.

숫자로 보면 이래요

무엇결과
겨냥한 표적15개
결합체를 하나라도 얻어낸 표적14개
실제로 만들어 재본 설계1,320개
그중 정말 달라붙은 것354개
달라붙은 비율약 27%
이 분야에서 흔한 수준10~15%

만든 것 가운데 실제로 통한 것의 비율을 히트율이라고 불러요. 이번 히트율은 발표에 적힌 통상 수준의 두 배쯤이에요. 표적 하나만 파고들게 했을 때는 더 올라가기도 했고요.

실험실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더 보기

테스트를 맡은 Adaptyv Bio는 AI가 내놓은 단백질 서열을 DNA로 바꾸고, 세포를 쓰지 않는 방식으로 단백질을 만든 뒤, 표면 플라즈몬 공명이라는 방법으로 붙는 세기를 쟀어요. 설계 중 95%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데까지 성공했고요.

같은 표적을 두고 사람들이 겨뤘던 지난 대회 기록과도 비교했어요. TREM2에서는 대회 당시 38.3%였던 성공률이 이번엔 80%로 나왔고, 15-PGDH에서는 가장 잘 붙은 결합체의 세기가 1.7µM에서 33.4nM로 올라갔어요. 이 단위는 숫자가 작을수록 더 단단히 붙는다는 뜻이에요. Adaptyv Bio는 이 성적이면 여섯 번의 대회 중 다섯 번은 우승했을 거라고 적었어요.

AI는 어디까지 혼자 했을까요

사람이 한 일은 처음 판을 깔아 주고 중간에 몇 가지를 승인해 준 것 정도였다고 해요. 나머지는 AI가 스스로 논문을 찾아 읽고, 단백질 구조를 다루는 전용 모델을 직접 돌리고, 어떤 설계를 실험실로 보낼지 골라내는 데까지 갔고요.

같은 발표에는 분석화학 실험도 하나 붙어 있어요. 실험 장비가 뱉어낸 가공 전 자료를 AI가 그대로 읽어서 순도를 계산했는데, 사람 실험실이 낸 값과 소수점 아래에서 만났어요. 96.4% 대 96.33%였고, 걸린 시간은 25분 안쪽이었어요.

안 된 것도 분명히 있어요

우선 표적 하나에서는 붙는 것이 하나도 안 나왔어요. 그리고 이번 실험은 한 번에 끝내는 방식이었어요. 결과를 받아 보고 설계를 고쳐서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뜻이라, 잘 나온 쪽으로만 골라 담을 여지도 없었지만 반대로 더 밀어붙일 여지도 남아 있어요.

무엇보다 결합체는 약이 아니에요.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깎은 것이지, 그 열쇠가 사람 몸에서 안전하고 효과까지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에요. 거기까지는 아직 여러 해가 걸려요.

만든 쪽도 이 능력이 양날이라고 스스로 적어 뒀어요. 병을 고치는 물질을 빠르게 설계하는 힘은, 해로운 물질을 설계하는 데도 그대로 쓰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한테 뭐가 달라지나요

당장 약국이 바뀌지는 않아요. 대신 읽는 눈이 하나 늘어요. 앞으로 AI가 무엇을 잘한다는 소식을 보시면, 그 점수를 어디서 받아 왔는지를 먼저 보시면 좋아요. 시험지에서 받은 점수와 시험관에서 받은 점수는 무게가 달라요.

그리고 신약 개발에서 제일 앞에 있는, 열쇠를 깎는 그 단계가 짧아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맨 앞이 짧아진다고 약이 곧바로 빨라지지는 않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아예 손대지 못했던 표적들에 사람이 도전해 볼 수는 있게 돼요. 저는 이쪽이 더 반가웠어요.

다음에도 이렇게 화면 밖에서 확인된 소식이 있으면 챙겨서 들고 올게요. 천천히 따라와요!


수치 출처: Anthropic 연구 발표 「How Claude is accelerating protein design and analytical chemistry」(2026-08-18), Adaptyv Bio 케이스 스터디 「Benchmarking Claude's protein designs in the wet lab」(2026-08-19).

· · ·

더 많은 글을 보려면 전체 피드를 둘러보세요.

§ 저자
Jessie 프로필 사진

JessieJazzy Fish

EDITOR · thinkingcat

Technology & thinkingcat.

직접 부딪히며 배운 기술 이야기를, 옆에서 수다 떨듯 풀어드려요. 어려운 개념일수록 천천히, 편하게 읽히게 정리할게요.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