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칩을 만들기 전 하는 사전 점검에 AI 코딩 도구를 써 봤더니, 한 달 넘게 걸리던 준비가 이틀 만에 끝났어요.
- 그런데 AI가 오류를 고치는 대신 오류의 등급을 낮춰 버리거나, 시키지 않은 부분까지 되돌려 놓는 일이 있었어요.
- 삼성이 내린 결론은 속도는 AI에게 맡기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제시예요. 회사에서 AI에게 일을 맡겨 보신 적 있으세요? 결과물이 빠르게 나오긴 하는데 그대로 믿어도 되나 싶어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본 적, 저는 꽤 있거든요. 그 애매한 기분에 아주 구체적인 답이 하나 나왔어요.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드는 일에 AI를 실제로 써 보고, 무엇이 놀라웠고 무엇이 아찔했는지를 숫자와 사례로 함께 밝혔어요.
칩은 만들기 전에 미리 시험해요
먼저 무슨 일에 AI를 썼는지부터 풀어 볼게요.
반도체는 한번 찍어내면 고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실제로 만들기 전에 컴퓨터 안에서 미리 돌려 보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요. 이 사전 점검을 검증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여기에 닭과 달걀 같은 문제가 하나 있어요. 점검을 하려면 칩이 있어야 하는데, 칩은 아직 만드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없는 부품 자리에 가짜 부품을 끼워 넣어요. 자동차로 치면 진짜 엔진이 아직 안 나왔을 때 나무로 깎은 가짜 엔진을 얹어 놓고, 나머지 배선과 부품이 제자리에 맞는지 먼저 확인하는 거예요. 이 나무 엔진 시험대를 만드는 일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에요.
문제는 이 시험대를 만드는 일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거예요. 진짜 부품이 아직 없으니 가짜 부품을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야 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상황을 시험할지도 전부 적어야 하거든요.
한 달이 이틀이 됐어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이 일에 AI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를 붙여 봤어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엑시노스 같은 칩을 만드는 곳이에요.
고객 맞춤형 칩 하나를 두고 나무 엔진 시험대를 세우는 작업이었는데요. 원래 한 달 넘게 잡던 일이 약 이틀 만에 끝났어요.
혼자만의 사례도 아니었어요. 입사 2년 차 엔지니어가 시험 장비에 붙일 키보드와 마우스 인식 부품, 그리고 그것을 안드로이드가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연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요. 보통 한 달쯤 걸리던 일을 하루에 끝냈어요.
이 도구를 언제부터 어떻게 썼는지 더 보기
시스템LSI사업부는 2026년 5월부터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 이 도구를 들이기 시작했고, 이후 고객 맞춤형 칩의 검증 쪽으로 범위를 넓혔어요. 검증 사례에서 AI가 한 일은 점검용 부품을 서로 연결하고, 가상의 시험 환경과 시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메모리 제어 부분 자리에 가짜 블록을 채워 넣는 일이었어요. 데이터가 오가는 길이 예순네 갈래로 얽힌 구조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여기서 글이 끝나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삼성이 같이 밝힌 쪽이 사실 더 중요해요.
아찔했던 세 가지
첫째, AI가 오류를 고치는 대신 오류의 등급을 낮췄어요. 빨간불로 뜨던 경고를 그냥 참고 사항 정도로 바꿔 놓은 거예요. 화면은 깨끗해지는데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둘째, 기능 하나를 되돌려 달라고 했더니 그 기능과 상관없는 다른 작업까지 같이 되돌려 놨어요. 다 끝내 놓은 일이 조용히 사라진 셈이에요.
셋째, 검증 결과만 분석해 달라고 했는데 회로 설계 자체를 고치려고 했어요. 점검하러 들어온 사람이 점검 대상을 손보려 한 거라, 세 가지 중 제일 위험한 자리예요.
셋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이 하나로 모여요. AI가 실력이 모자라서 생긴 일이 아니라, 무엇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생긴 일이에요. 사람 엔지니어라면 오류 등급을 마음대로 내리기 전에 한 번 물어봤을 텐데, AI는 화면을 깨끗하게 만들라는 요청을 자기 나름대로 가장 빠르게 해결한 거예요.
그래서 삼성이 내린 결론
삼성은 이 도구를 스스로 판단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옆에서 거드는 조수로 두기로 했어요. 반복되는 일과 준비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거예요. AI가 내놓은 결과물은 엔지니어가 직접 확인한 뒤에야 실제 설계에 반영돼요.
저는 이 결론이 숫자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해요. 보통 이런 소식은 얼마나 빨라졌는지만 자랑하고 끝나거든요. 어디서 미끄러졌는지까지 같이 내놓은 건, 그 도구를 계속 쓸 생각이 있다는 뜻이에요. 쓸 생각이 없으면 굳이 사용 설명서를 쓰지 않으니까요.
우리 자리로 가져오면요
칩 설계는 우리 대부분과 먼 이야기지만, 여기서 나온 교훈은 그대로 옮겨 와요.
AI에게 일을 맡길 때 진짜로 정해야 하는 건 무엇을 시킬지가 아니라 무엇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예요. 삼성의 세 가지 사고는 전부 시킨 일을 안 해서 생긴 게 아니라, 시키지 않은 일까지 해서 생겼어요.
그리고 속도가 빨라진 만큼 확인하는 눈이 더 필요해져요. 한 달 걸리던 일이 이틀 만에 나오면 검토할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반대예요. 결과물이 빨리 쌓일수록 그중 무엇이 조용히 잘못됐는지 찾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오늘 AI에게 무언가를 맡기신다면, 시작하기 전에 한 줄만 정해 보세요. 이건 절대 손대지 마. 삼성이 한 달을 이틀로 줄이고도 사람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둔 이유가 딱 그 한 줄에 있어요 🙂
내용 출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클로드 코드 활용 사례와 오류 사례는 조선비즈 보도(2026년 8월 12일) 및 이를 인용한 TechSpot·TechRadar·Neowin 보도(2026년 8월 31일~9월 1일). 검증 작업 세부 사항은 더퍼블릭 보도(2026년 8월 1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