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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있는데 안 봅니다, 사람은 나쁜 소식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을 피합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정보 회피'라는 개념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알 수 있고, 알면 도움이 되고, 심지어 공짜인데도 굳이 안 보기로 하는 선택입니다. 주가가 떨어진 날 계좌를 안 열어 보셨거나, 건강검진 결과지를 서랍에 넣어 두신 적이 있다면 이미 해 보신 일입니다.

모르는 것과 안 보는 것은 다릅니다

무지는 정보가 없는 상태입니다. 정보 회피는 정보가 있는데 안 가지기로 한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둘 다 '모른다'로 보이지만, 풀리는 방식이 정반대입니다. 무지는 알려 주면 풀립니다. 회피는 알려 줘도 안 풀립니다. 알려 주는 것이 애초에 그 사람이 피하려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은 오랫동안 이 구분을 둘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정보는 더 나은 판단을 위한 수단이고, 수단이 공짜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전제였습니다. 2017년 카네기멜런대학의 러셀 골먼과 데이비드 하그만, 조지 로웬스타인이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는 종합 논문을 냈습니다. 정보는 수단에만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기분을 바꾸기 때문에, 사람은 정보를 갖는 것 자체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울이 달라집니다. 알아서 얻는 이득만 재는 것이 아니라, 아는 채로 살아야 하는 시간의 괴로움을 같은 저울에 올리게 됩니다. 이 저울을 이 글에서는 계속 '회피의 저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얼마나 피하는가

논문이 모아 둔 관찰들입니다. 실험실 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 실제 병원과 실제 계좌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무엇을 피했나피한 사람
헤르페스 1형 검사 결과를 안 듣는 대신 10달러를 포기5%
헤르페스 2형 검사 결과를 안 듣는 대신 10달러를 포기16%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결과를 안 찾아감18%
가 봐야 한다고 스스로 의심하면서 병원에 안 감 (50세 미만)40.4%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50세 이상29.4%

첫 두 줄이 한 실험에서 같이 나온 숫자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갱글리와 타소프 연구진은 같은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검사 결과를 제안했습니다. 둘 다 완치되지 않는 병인데, 2형이 성병이라 참가자들이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는 쪽이었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돈 앞에서, 더 무서운 쪽 결과를 세 배 더 많이 피했습니다. 게다가 1형을 피한 사람은 예외 없이 2형도 피했지만, 그 반대는 3분의 2에 그쳤습니다. 회피가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의 크기 순서대로 정렬된다는 뜻입니다.

타조는 시장이 내릴 때만 눈을 감습니다

돈 쪽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옵니다. 칼손과 로웬스타인, 셉피 연구진은 투자자들이 시장이 오른 날에 계좌에 더 자주 접속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기에 '타조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위험을 느끼면 모래에 머리를 묻는다는 타조 이야기에서 따온 말인데, 그 이야기 자체는 사실이 아닙니다.

뒤이어 나온 401k 퇴직연금 가입자 대규모 분석은 두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하나는 굴리는 돈이 클수록 더 안 본다는 것입니다. 손실의 절대액이 큰 사람, 그러니까 그 정보가 가장 절실한 사람이 가장 적게 봅니다.

다른 하나는 이것이 그날의 기분이 아니라 성향이라는 점입니다. 2007년에 타조였던 사람은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2008년에도 타조였습니다.

안 본 사람은 좋은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삽니다

가장 무거운 증거는 헌팅턴병에서 나옵니다. 유전자 하나로 발병 여부가 갈리는 병이고, 검사는 거의 완벽하게 예측하며, 비용도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위험군에 속한 사람 대부분이 검사를 받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20년간 누적 검사율은 17.4%였습니다.

에밀리 오스터와 아이라 셜슨, 레이 도시 연구진이 이 사람들의 삶을 추적했습니다. 결과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검사를 안 받은 사람들의 인생 결정은,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온 사람들과 구별되지 않았습니다. 은퇴 시기 같은 선택에서 그렇습니다. 반대로 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온 사람들은 뚜렷하게 다르게 살았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중간 어딘가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좋은 소식을 들은 사람 자리에 가서 서 있었습니다. 회피의 저울이 재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지키려던 것은 정보가 아니라 낙관 그 자체였습니다.

쟁점의 양면 — 회피가 늘 어리석은가

여기까지만 보면 회피는 자기 파괴로 읽힙니다. 논문은 그렇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결과를 안다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남은 시간을 불안 속에서 보내는 쪽이 정말 더 나은가 하는 물음이 남기 때문입니다. 논문의 표현대로, 알면 안녕에 해가 되는 정보를 피하는 데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다만 회피가 지불하는 값이 하나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태 자체가 사람을 갉아먹는다는 것입니다.

스미스 연구진은 장루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행복도를 수술 1주, 1개월, 6개월 뒤에 물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수술을 받은 사람들과, 나중에 되돌릴 가능성이 남은 사람들을 나눠서 봤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쪽은 시간이 갈수록 행복해져서 결국 일반인과 구분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쪽은 처음에는 조금 더 행복했는데 갈수록 나빠져서, 마지막에는 앞의 집단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닫힌 문 앞에서 사람은 적응합니다. 열려 있을지도 모르는 문 앞에서는 적응하지 못합니다. 회피가 남기는 것이 정확히 그 열린 문입니다.

저울을 기울이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대책입니다

그렇다면 회피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논문이 정리한 실험 중 하나가 답에 가깝습니다.

연구진은 가상의 병을 놓고 세 가지를 바꿔 가며 검사를 받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병에 걸릴 기본 확률, 검사의 정확도, 그리고 치료법의 유무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병이 흔하든 드물든, 검사가 정확하든 덜 정확하든 검사를 받겠다는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만 저울을 뒤집었습니다. 치료법이 없을 때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은 3347%였는데, **치료법이 있을 때는 8093%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방향의 관찰이 또 있습니다. 암에 걸릴 확률을 알고 싶지 않다고 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암은 어차피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특히 알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람은 나쁜 소식이라서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쁜 소식을 들은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피합니다. 회피의 저울에서 무거운 쪽은 두려움이 아니라 무력함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

이 논문을 읽고 제 습관 하나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시장이 크게 빠진 날 계좌를 안 열어 보는 것을 저는 오랫동안 '동요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해 왔는데, 순서가 반대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동요하지 않으려고 안 본 것이 아니라, 안 볼 수 있으니까 동요하지 않아도 됐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의지로 고치려는 시도는 대체로 실패할 것 같습니다. 타조 효과가 2007년과 2008년에 같은 사람에게서 반복됐다는 것은, 이것이 마음을 다잡아서 넘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저울의 반대쪽입니다. 무엇을 볼지 정하기 전에, 보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정해 두는 것입니다. 손실이 얼마를 넘으면 무엇을 하겠다는 기준을 미리 적어 두면, 계좌를 여는 일은 나쁜 소식을 받는 일이 아니라 정해 둔 절차를 시작하는 일이 됩니다.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를 받은 다음 무엇을 할지가 정해져 있는 검사는 훨씬 덜 무섭습니다.

회피는 겁 많은 사람의 결함이 아니라 대책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합리적인 반응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고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상황 쪽이라고 저는 봅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안 보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것을 본다면, 그다음에 하실 수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출처

  • Golman, Russell, David Hagmann, and George Loewenstein. 2017. "Information Avoidance."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55 (1): 96–135.
  • Oster, Emily, Ira Shoulson, and E. Ray Dorsey. 2013. "Optimal Expectations and Limited Medical Testing: Evidence from Huntington Disease." American Economic Review 103 (2): 804–30.
  • Karlsson, Niklas, George Loewenstein, and Duane Seppi. 2009. "The Ostrich Effect: Selective Attention to Information." Journal of Risk and Uncertainty 38 (2): 95–115.
  • Baig, Sheharyar S. et al. 2016. "22 Years of Predictive Testing for Huntington's Disease: The Experience of the UK Huntington's Prediction Consortium." European Journal of Human Genetics 24: 1396–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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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

EDITOR · thinkingcat

Markets & humanities.

시장과 숫자를 차근차근 뜯어보고,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구조로 정리해 드립니다. 경제부터 인문까지, 복잡한 이슈일수록 표와 맥락으로 또렷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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