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시예요. 요즘 AI 뉴스를 보면 새 모델 이름이 매주 바뀌잖아요. 그런데 지난달부터 업계에서 진짜로 걱정하는 건 모델이 아니라 전기더라고요. GPU를 아무리 사도 꽂을 데가 없다는 이야기예요.
숫자가 꽤 사납습니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의 용량 가격이 3년 만에 11배가 됐어요. 오늘은 이 값이 왜 올랐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가 쓰는 AI 서비스랑 무슨 상관인지 풀어볼게요.
전력에도 "예약비"가 있어요
먼저 용어 하나만 짚고 갈게요. PJM이라는 곳이 있어요. 미국 동부 13개 주와 워싱턴 D.C.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곳인데, 인구로 치면 6,500만 명쯤을 담당해요. 미국에서 제일 큰 전력시장이에요.
여기서 **용량 경매(capacity auction)**라는 걸 매년 열어요. 전기를 실제로 쓴 만큼 내는 요금이 아니라, "3년 뒤 여름에 정말 더울 때 발전기를 돌릴 수 있게 대기하고 있어 주세요" 하고 미리 사두는 예약비예요. 식당 예약금 같은 거죠. 안 가도 돈은 나가고, 대신 자리는 확보돼요.
이 예약비가 이렇게 움직였어요.
- 2024/2025 배송연도: MW-day당 28.92달러
- 2025/2026: 269.92달러
- 2026/2027: 329.17달러
- 2027/2028: 333.44달러
3년 만에 11.5배예요. 게다가 마지막 경매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의 합의로 걸어둔 임시 상한선에 걸려서 저 값이에요. 상한이 없었으면 MW-day당 530달러쯤까지 갔을 거라고 봐요. 총액으로는 164억 달러, 3년 연속 사상 최고가예요.
그 값의 38%가 데이터센터 몫이에요
여기서부터가 본론이에요. PJM의 시장감시자(IMM)인 모니터링 애널리틱스의 조지프 보링 회장이 지난 7월에 이 164억 달러를 뜯어봤어요. 그중 63억 달러, 38%가 데이터센터 때문이라는 계산이 나왔어요.
최근 네 번의 경매를 다 합치면 더 선명해요. 총 636억 달러 중 294억 달러, 그러니까 46%가 데이터센터 몫이에요. 절반 가까이요.
그런데 진짜 놀라운 건 다음 문장이에요. 저 63억 달러 중 62억 달러가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데이터센터 몫이라는 거예요. 2027/28년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신고된 계획들이요.
이게 왜 이상하냐면, 전력망은 "온다고 했으니 준비해두자"로 움직이거든요. 계획서에 적힌 수요를 보고 발전 용량을 미리 사둬요. 그 예약비는 그 지역 전기를 쓰는 모든 사람의 요금에 얹혀요.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지어지든 안 지어지든요. 보링 회장이 "PJM이 평상시처럼 굴고 있다, 이건 패러다임 전환인데 눈을 떠야 한다"고 한 게 이 대목이에요.
식당 비유로 돌아가면, 예약은 100건 들어왔는데 실제로 몇 팀이 올지는 아무도 모르고, 예약금은 그날 밥 먹는 손님 전부가 나눠 내고 있는 상황인 거예요.
전체 그림은 이만큼 커요
PJM 하나 이야기가 아니에요. 가트너가 지난 6월에 낸 전망을 보면 규모가 감이 와요.
-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565TWh (2025년 447TWh 대비 26% 증가)
- 전력 수요 기준: 133GW (2025년 105GW 대비 27% 증가)
- 이 중 AI 최적화 서버가 31%
- 2027년이면 AI 서버 전력이 일반 서버를 추월
- 2030년에는 1,200TWh 초과, 291GW
미국만 떼어보면 2026년에 204TWh를 써요. 전 세계의 36%예요. 그중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68TWh고요.
TWh가 감이 잘 안 오실 텐데, 565TWh는 대략 중견 산업국가 하나가 1년에 쓰는 전기예요. 그게 2027년이면 AI 서버 쪽이 절반을 넘긴다는 이야기고요.
GPU는 3개월, 전력망은 7년
여기서 제일 중요한 지점이에요. 왜 하필 전기가 병목일까요.
GPU는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져요. 공급이 빡빡해도 파운드리를 늘리고 HBM을 더 붙이면 결국 나와요. 개월 단위 문제예요.
전력망은 그렇지 않아요. 송전선 하나 새로 놓으려면 부지 확보, 환경영향평가, 지역 주민 협의, 인허가를 거쳐야 해요. 미국에서 송전선 하나가 구상에서 가동까지 가는 데 평균 10년이 걸려요. 연방 인허가만 떼어놔도 복잡한 사업은 평균 4년이고요. 이게 너무 길다고 에너지부가 CITAP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2년 안에 끝내도록 못 박았는데, 그래도 2년이에요. 돈을 두 배 쓴다고 인허가가 두 배 빨라지지 않아요.
집에 비유하면 이래요. 방에 컴퓨터를 열 대 놓는 건 돈만 있으면 오늘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집에 들어오는 두꺼비집 용량은 그대로예요. 컴퓨터를 늘리는 속도와 배선을 다시 까는 속도가 완전히 다른 거죠. 지금 AI 업계가 딱 그 상태예요.
그래서 요즘 빅테크가 원자력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해요.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사 사이의 조건부 전력 인수 계약이 빠르게 쌓이고 있고, 한국도 지난 2월에 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발전기를 데이터센터 옆에 아예 붙여버리겠다는 발상이에요. 송전선을 기다리는 대신에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무슨 뜻이냐면요
세 가지가 보여요.
첫째, AI 요금이 예전만큼 빨리 안 떨어질 수 있어요. 지금까지 추론 비용이 내려간 건 모델이 효율화된 덕이 컸어요. 그런데 그 아래 깔린 전기값이 11배가 되면, 효율 개선분을 전기값이 갉아먹어요. 모델은 싸지는데 청구서는 안 싸지는 구간이 올 수 있어요.
둘째, "어느 리전이냐"가 갑자기 중요해져요. 지금까지 리전은 지연시간(latency)과 데이터 주권 문제였잖아요. 앞으로는 거기 전기가 남아 있느냐가 붙어요. 새 GPU 인스턴스가 특정 리전에만 열리거나, 원하는 리전에서 계속 용량 부족이 뜨는 일이 늘어날 거예요.
셋째, 로컬에서 돌리는 게 취미가 아니라 전략이 돼요. 로컬 LLM은 그동안 "재밌으니까" 쪽이었는데, 요약이나 분류처럼 매일 수만 번 도는 작업을 내 기계에서 처리하면 그만큼 청구서에서 빠져요. 저희도 카드뉴스 그림과 번역을 맥미니에서 돌리게 바꾸고 나서 편당 비용이 0원이 됐거든요. 큰 모델이 꼭 필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가르는 게, 이제 취향이 아니라 비용 설계예요.
정리하면요
2023년에는 "GPU를 구할 수 있느냐"가 질문이었어요. 2026년의 질문은 **"그 GPU에 넣을 전기가 있느냐"**로 옮겨왔어요.
새 모델 벤치마크 점수도 재밌지만, 앞으로 AI 뉴스를 보실 때 전력 계약이나 데이터센터 부지 소식이 나오면 한 번 더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쪽이 실제로 무엇이 가능해지고 무엇이 비싸질지를 결정하고 있거든요.
다음에 또 재밌는 소식으로 찾아올게요. 🙂
수치 출처: PJM 용량 경매 낙찰가(MW-day당 333.44달러)와 총액 164억 달러는 Utility Dive 보도(2025년 12월 18일). 데이터센터 비중 63억 달러·38%, 최근 4회 누적 294억 달러·46%는 PJM 시장감시자 모니터링 애널리틱스 분석을 인용한 Utility Dive 보도(2026년 7월 20일). 배송연도별 낙찰가 비교는 IEEFA 자료.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전망(565TWh·133GW·AI 서버 31%)은 가트너 2026년 6월 발표를 인용한 CIO Korea·전자신문 보도. 미국 송전선 평균 소요기간과 CITAP 제도는 미 에너지부·Clean Air Task Force 자료. SMR 특별법은 2026년 2월 12일 국회 본회의 통과(공포 후 6개월 시행).
